그래도 SF니까..봤다. 감독 "마르크 카로"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델리카트슨 사람들>이 있다. 응? 두 영화는 장-피에르 주네 감독으로 알고 있는데..?
연출하시다가 독립하셨나? 한데, 찾아보니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델리카트슨 사람들> 모두
감독에 장-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의 이름이 공동으로 올라있다. 알아보니, 마르크 카로는
만화 및 애니메이터로 활동했었고, 영화에서는 주로 미적인 부분을 담당했고, 장-피에르 주네는
내러티브에 치중하는 분업체제로 공동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마르크 카로가 홀로 감독에 나섰을 때에는, 내러티브에서 뭔가 부족할 거라는
예상이 가능한데... 예상대로, 영화는 정말 재미가 없다..ㅡㅡ;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아마도 예산부족
으로 스케일을 키울 수 없었으리라...)에서 분위기는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대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빈약한 이야기를 난해한 영상들로 채워넣다보니, 꾸벅꾸벅 졸기에 딱 알맞다. 게다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줄거리에서나, 후반부 영상에서나 대니보일 감독의 <선샤인>과 겹치는 이미지가 많다.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를 왜 굳이 블로그에까지 소개를 하느냐..하면...
사실, 보면서 10여년전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입학 후 컴퓨터 그래픽에 흥미를 갖고,
최고의 3D 영상을 만들어 보겠어 라던 때가 있었다. 당시는 3D 컴퓨터 그래픽이 일반화되지 않던 때라,
모니터 안에서 가상의 세계를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요새는 그래픽 영상들이 일반화 되면서 3D그래픽은 말 그대로 3D 업종으로 분류가 되는듯..)
이런 저런, 현실적인 벽을 구실삼은 이유들로 해서 3D 그래픽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 들었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1인 단편 영화를 완성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스토리를 짜놓았는데,
<단테01>을 보며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스토리를 떠올렸다.
스토리의 이름은 <S.E.E.D>...Search for Earth...어쩌구의 약자였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스토리 보기
-1-
배경은 먼 미래, 우주식민지 개척이 한창인 시대이다. 테라포밍(행성 지구화)가속화에 대한 연구가 한창인
외딴 행성계에서, 장치의 실수로 행성이 폭주하고, 행성계가 파괴되는 참사가 벌어진다. 이미 식민지화가
진행되고 있던 인근 행성들까지 휩쓸려 수십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관련 과학자들 중 극소수만이
폭주 직전에 탈출에 성공한다.
-2-
지구의 법정은 이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물어 처벌 대신에 S.E.E.D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S.E.E.D 프로젝트는 극형에 처해진 죄수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의 혈벌 대신에, 테라포밍 장비를
실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돌다가 적합한 행성에 이르면 생명의 씨앗을 심어놓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 편도 미션인 것이다. 우주선엔 4명의 인원이 탑승하며, 4개의 행성에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3-
기약없는 미션을 떠나는 주인공. 적합한 행성에 접근할때까지 동면상태로 유지된다. 첫번째 행성.
앞서 대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폭주해버리는 행성, 두번째 세번째도 동일한 결과. 주인공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네번째 행성을 마주하고 미리 입력된 셋팅값을 확인해보니,
테라포밍장비의 셋팅값이 행성을 파괴하도록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음모.
사실 S.E.E.D는 미래의 인류에게 위협이 될만한 생명이 자라날 행성들을 파괴하기 위한, 사실은
행성 파괴 계획이었던 것이다. 최초의 폭주 역시 그렇게 계획되었던 것.
주인공은 이럴 순 없다고 생각한다. 테라포밍의 셋팅을 바꾸는데는 살아있는 사람의 신체 조직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몸을 기계에 내던지는 주인공. 그리고 생명이 피어나는 행성.
사실 당시 나우누리 SF동호회의 단편 소설 <십자호의 최후>나, 폴 앤더슨의 <타우제로>(책을 구해서
보고 싶은데, 보지는 못했고, 우주선의 추진 원리등을 참조..)를 참조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 스토리이다.
<단테01>을 보면서 십자형태의 우주선, 테라포밍, 빡빡머리 죄수, 살신성인(?)등 여러부분에서 이미지가
겹치고 있는데.....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우연이라기엔 비슷한 생각들을 해내고, 그리고 그것을
영상을 옮길 의지까지 닮았다는 점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위의 <단테01>의 이미지와 아래 동영상을 비교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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